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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rrent

Estelle Tcha, Katya Savel

Sep 2 - Oct 2, 2026

ROY GALLERY Apgujeong, 1F, 7F

Curatorial Statement

Estelle Tcha & Katya Savel Water, 물, agua, вода. 물은 우리보다 먼저 존재하며, 우리를 감싸고, 잠기게 하고, 침식하고, 파괴하고, 보존하며, 새롭게 탄생시킨다. 신체와 호흡 이전에, 이미 유체가 있다. 물은 태동이자 창조이며, 세속적 이해의 정지 상태이자, 공유된 의식이며, 순환이자 나선이다. 사라지는 듯 보이며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것. 물은 기억을 각인하고, 시간을 무너뜨리며, 이미 움직이고 있는 기원이자, 시작도 끝도 없는 흐름이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호흡의 압력을 통해 몸둥아리는 마치 우주를 삼투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땅덩어리도 바다로 스며들고, 곧 무르익어서 피어난다. 시간은 순환하고, 고이고, 걸쭉해지며, 침전물과 잔여물을 남긴다. 물속이라는 몸 안의 몸, 그리고 그 안의 또 다른 몸. 
순환하는 영혼, 반복 속에서 구축된 영원, 《The Current》. 이번 전시에서 에스텔 차(Estelle Tcha)와 카티아 사벨(Katya Savel)은 신체, 물질, 시간 그리고 순환을 탐구하며 ‘물’을 두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매개체로 바라본다.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물이라는 매개체로 공명하는 두 작가는, 일 년에 걸쳐 개인적 탐구와 상호적 교류 사이를 오가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각자의 고유한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맞닿은 시선과 사색을 펼쳐 보인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대형 설치작품은 두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중앙에 걸린 에스텔 차의 와 그 옆에 대칭으로 걸린 두 개의 캔버스를 중심으로, 작가의 신체를 스캔하고 이를 조류, 홍합, 굴껍데기 같은 해양 생태 소재로 3D프린팅하 조각들이 공간을 이룬다. 바닥에 놓인 두개의 그릇으로 부터 물은 조각들을 따라 흐르며 손의 형태의 조각 끝을 스치며 캔버스 위를 관통하여 떨어진다. 여기서 순환하는 물은 작가들이 직접 2026년 한국의 장마철에 수집한 빗물로, 이 구조물을 관통하는 요소로 편입시킴으로써 전시장 내에 작은 순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설치물의 중앙의 에스텔 차의 작품인 는 비와 해, 바람 등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회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물로 인해 붓질이 흐려지고, 형태가 허물어졌으며, 천은 그 자체로 조형이 되었다. 프레임 아래로 늘어진 캔버스에는 빗물의 잔해가 고이고 곰팡이가 피어나는 등 자연스러운 비의 흔적이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진다. 전시공간에 설치된 의 폐쇄된 경로 속에서 이 작업들은 자신을 만들어내기도 한 빗물을 끊임없이 품고 통과시키며 순환시키고, 물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생태계 내부의 조각들은 산호, 조개껍데기 및 각종 해양 파편을 이용해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 기법으로 자신의 신체를 스캔해 자화상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인간의 형상과 자아를 하이브리드 해양 생태계로 담아낸다. 이번 설치는 1년간 대양을 가로질러 이루어진 협업을 통해 개념화되고 구축된 두 작가의 고유한 물질적, 이론적 수행의 결합이다. 카티아 사벨 (Katya Savel)은 물을 태초의 기원이자 탐구의 주제로 삼은 두 갈래의 평행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하나는 자궁의 태초적 양수이며, 다른 하나는 초상화를 통해 인격화된 지상의 물이다. 첫번째 작업에서 작가는 임신한 친구의 출산 전 날 신체를 포토그래메트리 방식으로 스캔하고 이를 파편적으로 뜯어 선별한 뒤, 홍합, 굴, 조류, 화강암, 나무, 청동, 올리브 씨 그리고 점토 복합소재로 프린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추상적으로 모호해지는 정도를 다양하게 두어 아이를 잉태한 자궁의 형태는 은유적인 실제 그릇 형태로 재구성하며, 자궁을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원초적 물이자 매개체로 제시한다. 세 점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물은 일본 이리오모테섬(Iriomote-jima), 멕시코 로스카보스(Los Cabos), 미국의 허드슨밸리(Hudson Valley)에서 채집된 물로, 작품속에서 모여지고, 순환하며 흘러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연작은 같은 형태 안에 과거・현재・미래가 포개어지며 모성적 신체가 지닌 아름다운 동시에 파괴적인 성질을 시사한다. 3D 프린터 기계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만들어진 작업의 늘어지고 고인 지층부터, 마블링 마감의 얼룩진 질감과 안료로 사용된 분말 태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작품의 재료와 제작 과정에서 모두 물과 신체가 지닌 물리적 속성을 작업의 언어로 확장한다. 7층에 놓인 연작에서 사벨은 개인적 의미가 있는 두곳의 바다, 태국 무꼬앙통의 코우아타랍에 위치한 아오피(Ao Phi)와 일본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의 이다노하마(Ida no Hama)의 모습을 담은 초상을 보인다. 는 해양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생체발광을 기적적으로 포착하여, 물을 생물학적 환영이 피어나는 살아있는 빛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는 시간의 막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물의 비선형적 흐름을 보여준다. 사벨의 렌티큘러 시리즈는 실제 영상을 기반으로, 작가가 직접 코딩한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거치며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연속성으로 재탄생시킨다. 사벨의 작품에서 자궁과 바다는 평행선 상에 놓이며, 각각 신체와 시간을 정지된 상태로 담고 있다. 에스텔 차 (Estelle Tcha)의 작업의 축은 ‘순환’이다. 그 축을 따라 공기로 뻗어나갔던 최근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다시 물로 돌아온다. 세 갈래의 작업에 걸쳐 작가는 숨과 사유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몸, 그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물의 흐름을 되짚으며 순환에 대한 오랜 탐구를 확장한다. 여기서 작가는 작가의 시그니처인 목탄으로 그어진 흑백 선과 젯소의 붓질을 다채로운 색과 조형적 형태로 그 지평을 넓힌다. 작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거대한 물의 그릇이자 에너지인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익혔다. 물속에서 숨은 더이상 무형의 것으로 남지 않는다. 는 해류의 움직임이 신체에 닿는 느낌을 시각화하며, 물이 그 안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 사이와 주변을 굽이치며 곡선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추적한다. 여기서 작가는 직접 채집한 죽은 산호들을 물로 씻어내며 바다에서 보았던 해류의 움직임을 다시금 포착하였다. 물 아래에서 그 무엇도 붙들려있지 않고 관통하여 흘러간다. 는 해류의 움직임이 지닌 에너지를 담고 있다. 이 시리즈는 해류가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가를 이탈시키고 계속해서 모든것을 밀어내는 흐름으로서 작가에게 아주 잠시 머물다 스쳐지나간, 생기넘치는 춤과도 같다. 와 는 전시장의 양쪽 벽면에 서로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생명으로 충만한 벽과 다른 하나는 그 벽을 돌아서는 순간, 등 뒤로 열리는 공(空)이다. 여기서 작가는 작가의 많은 작업과 사색의 기반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 돌아온다. 색(色)과 공(空)은 어느 쪽도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이들이 서로 순환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물속에서 부력을 좌우하는 것은 오직 호흡 뿐이며, 한자리에 머무르는 일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기를 요구한다. 시리즈는 물속에서 몸으로 겪은 이 자유의지(自由意志)의 결여를 뭍으로 끌어올린 조형 연작이다.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들은 프레임 위에 걸쳐져, 서울의 장마철 동안 야외에서 작업되었다. 붓질은 비, 해 그리고 잔해들에 의해 흐릿해지고 작가는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해본다. 다시 그려낸 붓질들 또한 빗물과 해로 변형되며, 피어난 곰팡이와 쌓이는 비의 잔해들과 함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의도되었던 것은 자연과의 협력이었으나, 작가가 설정할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작가는 타협해야했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과 더불어 이 작품들을 만들어낸 같은 빗물이 작품을 관통하며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과의 타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 Estelle Tcha & Katya Savel


    Water, 물, agua, вода. 물은 우리보다 먼저 존재하며, 우리를 감싸고, 잠기게 하고, 침식하고, 파괴하고, 보존하며, 새롭게 탄생시킨다. 신체와 호흡 이전에, 이미 유체가 있다. 물은 태동이자 창조이며, 세속적 이해의 정지 상태이자, 공유된 의식이며, 순환이자 나선이다. 사라지는 듯 보이며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것. 물은 기억을 각인하고, 시간을 무너뜨리며, 이미 움직이고 있는 기원이자, 시작도 끝도 없는 흐름이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호흡의 압력을 통해 몸둥아리는 마치 우주를 삼투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땅덩어리도 바다로 스며들고, 곧 무르익어서 피어난다. 시간은 순환하고, 고이고, 걸쭉해지며, 침전물과 잔여물을 남긴다.
    물속이라는 몸 안의 몸, 그리고 그 안의 또 다른 몸. 
순환하는 영혼, 반복 속에서 구축된 영원, 《The Current》.


    이번 전시에서 에스텔 차(Estelle Tcha)와 카티아 사벨(Katya Savel)은 신체, 물질, 시간 그리고 순환을 탐구하며 ‘물’을 두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매개체로 바라본다.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물이라는 매개체로 공명하는 두 작가는, 일 년에 걸쳐 개인적 탐구와 상호적 교류 사이를 오가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각자의 고유한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맞닿은 시선과 사색을 펼쳐 보인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대형 설치작품은 두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중앙에 걸린 에스텔 차의 <Rain Sculpture I>와 그 옆에 대칭으로 걸린 두 개의 캔버스를 중심으로, 작가의 신체를 스캔하고 이를 조류, 홍합, 굴껍데기 같은 해양 생태 소재로 3D프린팅하 조각들이 공간을 이룬다. 바닥에 놓인 두개의 그릇으로 부터 물은 조각들을 따라 흐르며 손의 형태의 조각 끝을 스치며 캔버스 위를 관통하여 떨어진다. 여기서 순환하는 물은 작가들이 직접 2026년 한국의 장마철에 수집한 빗물로, 이 구조물을 관통하는 요소로 편입시킴으로써 전시장 내에 작은 순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설치물의 중앙의 에스텔 차의 작품인 <Rain Sculpture I>는 비와 해, 바람 등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회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물로 인해 붓질이 흐려지고, 형태가 허물어졌으며, 천은 그 자체로 조형이 되었다. 프레임 아래로 늘어진 캔버스에는 빗물의 잔해가 고이고 곰팡이가 피어나는 등 자연스러운 비의 흔적이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진다.

    전시공간에 설치된 <Cyclical Circulations>의 폐쇄된 경로 속에서 이 작업들은 자신을 만들어내기도 한 빗물을 끊임없이 품고 통과시키며 순환시키고, 물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생태계 내부의 조각들은 산호, 조개껍데기 및 각종 해양 파편을 이용해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 기법으로 자신의 신체를 스캔해 자화상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인간의 형상과 자아를 하이브리드 해양 생태계로 담아낸다. 이번 설치는 1년간 대양을 가로질러 이루어진 협업을 통해 개념화되고 구축된 두 작가의 고유한 물질적, 이론적 수행의 결합이다.

    카티아 사벨 (Katya Savel)은 물을 태초의 기원이자 탐구의 주제로 삼은 두 갈래의 평행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하나는 자궁의 태초적 양수이며, 다른 하나는 초상화를 통해 인격화된 지상의 물이다. 첫번째 작업에서 작가는 임신한 친구의 출산 전 날 신체를 포토그래메트리 방식으로 스캔하고 이를 파편적으로 뜯어 선별한 뒤, 홍합, 굴, 조류, 화강암, 나무, 청동, 올리브 씨 그리고 점토 복합소재로 프린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추상적으로 모호해지는 정도를 다양하게 두어 아이를 잉태한 자궁의 형태는 은유적인 실제 그릇 형태로 재구성하며, 자궁을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원초적 물이자 매개체로 제시한다. 세 점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물은 일본 이리오모테섬(Iriomote-jima), 멕시코 로스카보스(Los Cabos), 미국의 허드슨밸리(Hudson Valley)에서 채집된 물로, 작품속에서 모여지고, 순환하며 흘러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연작은 같은 형태 안에 과거・현재・미래가 포개어지며 모성적 신체가 지닌 아름다운 동시에 파괴적인 성질을 시사한다. 3D 프린터 기계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만들어진 작업의 늘어지고 고인 지층부터, 마블링 마감의 얼룩진 질감과 안료로 사용된 분말 태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작품의 재료와 제작 과정에서 모두 물과 신체가 지닌 물리적 속성을 작업의 언어로 확장한다.

    7층에 놓인 연작에서 사벨은 개인적 의미가 있는 두곳의 바다, 태국 무꼬앙통의 코우아타랍에 위치한 아오피(Ao Phi)와 일본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의 이다노하마(Ida no Hama)의 모습을 담은 초상을 보인다. <The Portraits of Ao Phi>는 해양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생체발광을 기적적으로 포착하여, 물을 생물학적 환영이 피어나는 살아있는 빛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The Ida no Hama Portraits>는 시간의 막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물의 비선형적 흐름을 보여준다. 사벨의 렌티큘러 시리즈는 실제 영상을 기반으로, 작가가 직접 코딩한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거치며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연속성으로 재탄생시킨다. 사벨의 작품에서 자궁과 바다는 평행선 상에 놓이며, 각각 신체와 시간을 정지된 상태로 담고 있다.

    에스텔 차 (Estelle Tcha)의 작업의 축은 ‘순환’이다. 그 축을 따라 공기로 뻗어나갔던 최근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다시 물로 돌아온다. 세 갈래의 작업에 걸쳐 작가는 숨과 사유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몸, 그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물의 흐름을 되짚으며 순환에 대한 오랜 탐구를 확장한다. 여기서 작가는 작가의 시그니처인 목탄으로 그어진 흑백 선과 젯소의 붓질을 다채로운 색과 조형적 형태로 그 지평을 넓힌다.

    작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거대한 물의 그릇이자 에너지인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익혔다. 물속에서 숨은 더이상 무형의 것으로 남지 않는다. <The Currents of Life>는 해류의 움직임이 신체에 닿는 느낌을 시각화하며, 물이 그 안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 사이와 주변을 굽이치며 곡선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추적한다. 여기서 작가는 직접 채집한 죽은 산호들을 물로 씻어내며 바다에서 보았던 해류의 움직임을 다시금 포착하였다. 물 아래에서 그 무엇도 붙들려있지 않고 관통하여 흘러간다. <The Dance of Life>는 해류의 움직임이 지닌 에너지를 담고 있다. 이 시리즈는 해류가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가를 이탈시키고 계속해서 모든것을 밀어내는 흐름으로서 작가에게 아주 잠시 머물다 스쳐지나간, 생기넘치는 춤과도 같다.

    <The Great Wall of Life>와 <The Abyss>는 전시장의 양쪽 벽면에 서로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생명으로 충만한 벽과 다른 하나는 그 벽을 돌아서는 순간, 등 뒤로 열리는 공(空)이다. 여기서 작가는 작가의 많은 작업과 사색의 기반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 돌아온다. 색(色)과 공(空)은 어느 쪽도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이들이 서로 순환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물속에서 부력을 좌우하는 것은 오직 호흡 뿐이며, 한자리에 머무르는 일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기를 요구한다. <Rain Sculpture>시리즈는 물속에서 몸으로 겪은 이 자유의지(自由意志)의 결여를 뭍으로 끌어올린 조형 연작이다.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들은 프레임 위에 걸쳐져, 서울의 장마철 동안 야외에서 작업되었다. 붓질은 비, 해 그리고 잔해들에 의해 흐릿해지고 작가는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해본다. 다시 그려낸 붓질들 또한 빗물과 해로 변형되며, 피어난 곰팡이와 쌓이는 비의 잔해들과 함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의도되었던 것은 자연과의 협력이었으나, 작가가 설정할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작가는 타협해야했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Rain Sculpture I>과 더불어 이 작품들을 만들어낸 같은 빗물이 작품을 관통하며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과의 타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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